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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트럼피즘의 태풍 몰려온다

초박빙이라던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트럼프는 선거인단뿐 아니라 전체 득표수에서도 카말라 해리스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누르며, 대통령에 처음 당선되었던 2016년보다 더 큰 위세를 보였다. 더구나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이 됐고 하원에서도 승리할 것이 확실해 보여 보수진영이 행정, 입법, 사법부를 모두 장악하는 상황이 됐다. 이제 ‘트럼피즘’은 더욱 강력한 태풍이 되어 미국은 물론 국제 사회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대선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민문제가 미국을 뒤흔들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미  “해리스 부통령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취임 첫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피즘은 러스트 벨트 지역 백인 블루칼라 계층의 쇠락을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반이민 정서에 기반을 둔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사회의 분열을 넘어서서 이민자 혐오와 인종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의 폐쇄적인 이민 정책은 인력 수급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인건비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 번째는 경제 문제다. 해리스 후보가 패배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심판이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등 친기업적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 대선 직후 다우존스를 비롯해 주식시장이 폭등한 것도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전기차, 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보조금은 삭감되거나 폐지될 전망이고, 셰일 가스 채취 등은 장려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피즘의 이념적 기반인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한국 등 외국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유보하거나 삭감할 수도 있어 삼성, SK 등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는 낙태권 이슈이다.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이 여성 낙태권의 헌법적 권리 폐지 판결을 내리면서 낙태권 논란은 커졌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슈다. 낙태권 금지를 주장하는 보수적인 백인, 근본주의적 종교단체들이 트럼피즘의 주요 기반이므로 낙태권 이슈를 둘러싼 미국사회의 논쟁은 지속할 것이다. 이에 더해 성 소수자, 인종, 성차별 등을 둘러싼 진보·보수간 문화전쟁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여, 한인 사회도 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국제 문제로 눈을 돌리면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 정책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 특히 중국산에 대해선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간의 무역 갈등은  한국기업에게는 중국이 남긴 공간을 차지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중국과는 이미 보완재에서 경쟁자로 변화하고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 협정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는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이 될 것이다.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규정한 바 있는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적인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끊어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남한을 ‘패싱’하려고 할 것이고, 미국과는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협상을 시도하려고 할 것이다. 지난 2년간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한미동맹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윤석열 정부도 대북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 가치동맹도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은 더 확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에서의 전쟁은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트럼프는 푸틴과 협상을 시도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경찰’이 되길 거부하는 트럼프로선 국제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물론, 두 개의 전쟁을 종식한 지도자로서의 레거시를 남기고 싶어할 것이다.   트럼피즘은 미국발 돌풍에서 이젠 국제사회를 강타하는 태풍으로 변해 우리의 삶에 다가와 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주듯이 트럼피즘은 특정 개인의 신념을 넘어서 미국사회에 넓게 퍼진 정치이념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과거 나치즘, 스탈리니즘, 마오이즘이 그랬듯이 이러한 이념적 태풍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고 트럼프를 추종하거나 모방하는 ‘리틀 트럼프’들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등장할 것이다. 이번에 부통령에 당선된 JD 밴스만 해도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적인 인물로 볼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넘어서서 정치 리더쉽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번 대선의 결과는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분열된 미국사회가 치유되고 정상화되기까진 적잖은 노력과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기보단 직시해야 한다.  강력한 트럼피즘을 마주한 한국도 외교·안보에 있어서만은 여야간 정쟁을 멈추고 국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신기욱 /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 소장특별 기고 미국 태풍 도널드 트럼프 이민자 혐오 불법 이민자

2024-11-07

[기고] 선거철 이민자 혐오는 이제 그만

한때  ‘닭공장 영주권’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들이 영주권 취득을 위해 미국인은 하지 않으려는 힘든 닭공장에서 일을 한 것이다.  한인 이민 역사의 시작은 농업 노동이었다. 1902년 하와이에 도착한 첫 한인 이민자는 파인애플과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였다. 1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국인이 꺼리는 고된 농업 노동은 언제나 이민자들의 몫이었다.     노동은 힘들지만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2021년 조지아주 게인스빌의 닭공장에서 근로자 6명이 숨지고 11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 원인은 냉동 닭고기를 저장하는 낡은 냉장고에서 화학약품이 새어 나와 현장 근로자들이 질식한 것이었다. 숨진 6명은 모두 히스패닉계 노동자였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부부였는데 6세 자녀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현장에서 간신히 대피한 130명의 근로자는 체류신분 때문에 제대로 피해 신고도 못 했다.   미국 내 농업 노동자의 절대 다수는 히스패닉계다. 미국 내 농업 노동자의 70%가 외국 출생이며, 그중 78%가 히스패닉계이기 때문이다. 농업 노동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주는 캘리포니아로 전체 농업 노동자의 3분의 1일을 차지한다.     이들은 미국인의 식탁에 음식을 올리는데 필수적인 존재다. 이들의 노동이 없다면  쌀, 야채, 육류를 훨씬 비싼 값에 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농업 노동자들은 저임금 노동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선거철을 맞이해 이민자 혐오 발언에 걱정하고 있다. 한 히스패닉계 농업 노동자는 “‘지금 대규모 추방을 시작하라’는 시위대 관련 뉴스를 보고 어떻게 동요하지 않을 수 있겠나. 우리도 인간이고, 이 나라에 헌신하고 있다. 우리는 해를 끼치려고 온 것이 아니다”고 항변한다.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비영리단체 교육 리더십 재단(Education and Leadership Foundation)의 이민 아웃리치 전문가이자 ‘증오 멈춤’ 코디네이터인 구스타보 고메즈는 “우리가 접촉한 농업 노동자의 99%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본인은 물론 시민권자인 자녀들조차 의료 혜택 등을 이용하면 추방될까 봐 두려워한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언론사인 ‘페닌슐라 360(Peninsula 360)’의 마누엘 오르티즈에스카메즈 기자는 “정치 권력은 언제나 물리적,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운 적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이민자들은 항상 일부 정치 세력에게 이상적인 표적이 되어왔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18세기에 아일랜드 이민 노동자들은 일부 정치인들로부터 ‘도둑’이라는 험담을 들었고, 1882년에는 의회가 ‘중국인 배제법’을 통과시켜 아시아계 노동자들의 이민을 제한했다. 한인들도 이 법의 대상이 된 것은 물론이다. 이 법이 폐지돼 한인들의 이민이 재개된 것은 흑인들이 민권운동을 벌여 인종차별을 폐지한 1970년대였다.   일부 한인은 “정치권의 반이민 발언은 멕시코와 중남미 출신 범죄자와 노동자들을 겨냥한 것이며, 한인들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존의 혐오 대상이 사라지면 다음 대상을 찾는 것이 정치 권력의 속성이다. 애틀랜타 총격사건으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등 8명이 사망한 비극을 겪은 지 아직 3년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 정치권의 반이민 발언을 계속 방치한다면, 히스패닉계 농업 노동자에 이은 다음 표적은 한인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선거철의 이민자 혐오는 현상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인들도 정치권의 반이민 발언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 반이민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기부금이나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선거철 이민자 농업 노동자들 한인 이민자 이민자 혐오

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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